신도림전철역을 나서서 곧바로 왼쪽으로 꺾어들어가면 대형 디큐브백화점이 있는데 그 백화점의 5층은 모두 음식점들로 되여 있다. 백화점에 쇼핑왔던 사람들 혹은 일부러 음식점을 찾아온 사람들로 5층은 항상 인파로 북적이였으며 음식점들 또한 한식으로부터 일식, 중식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구전하였다. 5층은 음식점들로 즐비하게 어깨를 나란히 하고있었지만 대형백화점이라 오가는 손님들이 많아 항상 경기가 호황을 이루고있어 어느 집이나 모두 일손이 부족하다 아우성이였다. 하다보니 어느 음식점이나 다투어 파출부를 부르지 않을수 없었다.
옥실이도 처음에는 신도림역과 가까운 곳에 집을 잡다보니 디큐브백화점안의 “사리원소반” 한식점을 찾아 파출부로 일하다가 자리잡은 집과 가깝다는 리유에서 결국 월급으로 물앉게 되였다. 그렇게 일한지가 어제같은데 벌써 일년에 가까워오고있으니 세월이 빠르기는 빠르다. 이 일년사이 "사리원소반"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많이 바뀌였지만 옥실이만은 드팀없이 견지해왔으며 작아도 해반주그레한 얼굴에 늘 애교까지 머금고있어 이제는 홀의 박과장과는 너무나 익숙한 사이가 되였다. 게다가 한국생활 십년에 가까워오다보니 자신은 스스로 이제는 한국사람이 다되였다고 자부하고있으며 낯모를 사람이 물어오면 한국인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군 한다.
그날 아침도 옥실이는 박과장과 함께 수저를 정리하고있는데 “일하러 왔습니다”하는 석쉼한 목소리가 들려와서 머리를 들어보니 왜소하면서도 강마르게 생긴 50대의 아저씨가 문옆에 서있었다. 더 물을 필요도 없이 교포가 틀림이 없었다. 요즘은 일손이 부족하여 늘 파출부를 부르는데 거의 교포들이 와서 하루씩 일하고는 돌아갔었다. “사리원소반”은 설거지 일군이 부족한터라 아저씨는 실장님을 따라 주방으로 들어가 설겆이일을 하게 되였다. 그날 늦은 점심식사때 “사리원소반” 식구들 모두가 한자리에 앉게 되여 알게 되였는데 아저씨는 사고로 많이 앓다보니 현장일을 나갈수 없어 식당파출부로 다니고있다는것이였다. 많이 앓았다더니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는지 식사도 얼마 하지 못하는 검스레한 얼굴에 강마른 아저씨를 바라보는 옥실이는 어쩐지 자기도 모르게 자기의 남편을 잠간 떠올려보게 되는건 어쩔수가 없었다.
백화점안에 있는 음식점이라 토요일과 일요일은 정말 말그대로 개미채바퀴돌듯 숨돌릴 사이없이 바삐 돌아쳐야 했다. 그날 점심식사때 부장님은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는 아저씨에게 새로운 임무를 하달하는것이였다.
“아저씨, 오늘은 손님이 많으니깐 오후 다섯시부터는 홀에 나와서 서빙해요. 내가 부르면 나와서 하면 돼요”
“그럼 설거지는 어쩌나요? 그리고 저는 홀서빙을 못해보았는데요...” 아저씨는 너무도 뜻밖이여서 수저를 든채로 부장님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설거지는 그런대로 주방에서 서로 방조하면서 할것이니 아저씨는 홀에 나와요. 그리고 내가 하라는대로만 하면 되니 걱정말아요” 부장님은 아예 그루를 박아 말하였으며 아저씨는 더 말없이 묵묵히 하던 식사를 마치였다.
그날 오후 다섯시가 되자 부장님은 어김없이 아쩌씨를 홀로 불러내왔으며 아저씨는 좀은 굼뜨고 서툰 솜씨로 손님들이 물러난 상을 치우기에 땀을 흘리면서 서둘렀다. 주일날 다섯시면 손님이 끊임없이 들이닥치는때라 옥실이도 가랭이에 불이 달릴 지경으로 뛰여다녀야 했다. 식당에서는 손님들에게 식사후 얼음을 탄 매실차를 공급하는데 무더운 삼복철이라 물통에 부은 매실차는 금방 바닥이 나군하였다. 밑반찬을 가져올라 주문을 받을라 거기다 손님들의 잔심부름까지 할라 참으로 눈코뜰 사이가 없었다. 그중에서도 매실차를 담은 무거운 물바게쯔를 들어 물통에 붓기가 쉽지 않았는데 키가 작은 옥실이에게는 그것이 실로 버거운 일이 아닐수 없었다. 그때 마침 옥실이의 눈에 아저씨가 비껴 들어왔다.
“아저씨, 매실차 좀 가져다가 부어줄래요?” 옥실이의 말에 아저씨는 흐르는 땀을 훔치고는 인차 주방쪽으로 달려가 매실차를 가져다 건뜩 들어서 물통에 부어주었다. 그러는 아저씨를 보노라니 옥실이의 눈은 금시 반짝 빛났다.
"아저씨, 밑반찬 좀 가져다 줄래요?" 옥실이는 다 떨어진 밑반찬소반을 가르키며 또 아저씨를 불렀다. 이번에도 아저씨는 아무 말없이 밑반찬이 가득 담긴 소반을 가져다 주는것이였다. 그날 옥실이는 시도 때도 없이 쉬임없이 아저씨를 불러 매실차와 밑반찬 심부름을 시켰지만 아저씨가 아무말없이 그대로 가져다주는 바람에 여느날보다 다리를 쉬울수 있었다. 헌데 옥실이가 아저씨에게 련이어 심부름을 시키자 다른 일군들도 덩달아 아저씨를 불러 시키기에 이르렀으며 아저씨는 여럿의 심부름에 응하면서 거기다 손님이 물러간 상까지 치울라니 온몸이 땀벌창이 되여 돌아쳐야 했다.
"참, 얘들이 왜 이래? 자기 일은 자기가 해야지 왜 자꾸 아저씨를 불러 시키는거야?"박과장의 새된 질책이 들리였다. 서로가 아저씨를 부르다보니 박과장의 눈에 띄운것이다. 박과장의 독기어린 눈을 보고 모두 눈을 다른데로 돌렸지만 옥실이만은 해반주그레한 얼굴에 웃음을 띄우고 박과장을 살짝 훔쳐보았다. 박과장과는 언녕 언니 동생으로 통하니깐 자신있었던것이다.
이튿날 그 시간이 되니 실장님은 또 아저씨를 불러내와 서빙일을 시키게 되였는데 전날 박과장의 말에 무엇인가 알아차렸는지 간혹 다른 일군들이 아저씨를 불러도 아저씨는 매서운 눈으로 찔 흘겨보고는 자기 일만 묵묵히 하는것이였다. 그렇게 되니 좀은 무엇해난 일군들은 더는 아저씨를 부르지 못하였다. 허나 아저씨로 하여 전날 다리를 많이 쉬운 재미를 본 옥실이는 다른 사람이야 어떻든 또 아저씨를 부르게 되였다.
"아저씨, 매실차 좀 가져다줄래요?" 옥실이의 부름에 아저씨는 옥실이를 흘깃 보고 조금은 뜸을 들인후 늘쩡늘쩡 주방으로 걸어가서 매실차가 담긴 바게쯔를 들고와 물통에 부어넣고는 옥실이곁에 와서 낮으나 갈앉은 목소리로 말하는것이였다.
"같은 교포니 해주는겁니다.”
“전 교포가 아닌데요...”아저씨의 말에 옥실이의 낯은 금시 벌개났지만 그래도 입에서는 말이 흘러나왔다.
“똑똑히 아는게 좋을것 같아요. 우리는 같은 교포라는걸 잊지 마세요"
날이 선 눈으로 옥실이를 바라보면서 칼칼하게 그루를 박아 말한 아저씨는 스적스적 걸어가서 자기가 할 일을 계속하였다. 비록 아주 잠간 사이에 있은 일이지만 옥실이로서는 가슴이 섬뜩해나면서 쿵쿵 뛰였으나 (같은 교포면 어째서? 시키는대로 하면 되는거지. 않그러면 아예 오지 말든... 내가 누구라고 체,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는데) 하고 속으로 혼자 공연히 주절거려 보았다.
그 일이 있고난후 아저씨는 다시 주방설거지일을 하러 주방으로 들어가게 되였으며식사때 잠간씩 마주할수 있었지만 과묵한 아저씨는 묵묵히 다른 사람의 절반이나 되나마나하게 식사를 마치고는 인차 자리를 뜨군하여 말을 걸어볼 일도 없었지만 또 말을 건네볼 사이도 없었다. 간혹가다 옥실이는 아저씨의 검스레하면서도 강마른 얼굴과 날이 선 눈을 마주할 때면 인차 다른데로 눈길을 보내군 하였으며 일부러 박과장곁으로 다가가서는 별일도 아닌것을 가지고는 서울말투를 본따 수다를 떨었는데 그 가살은 듣는 사람이 닭살이 돋을 지경이였다.
그렇게 십여일 지난 어느날 늦은 아침식사를 하려고 모두가 한자리에 앉게 되였는데 그날은 마침 중복이 시작되는 날이라 식사메뉴는 미역국에 굴비를 구운것이였다.
"아유, 오늘 누구 생일인가요? 미역국에 굴비네요" 옥실이가 공연히 부산을 피우면서 자리에 앉자 박과장이 옥실이를 흘깃 째려보면서 말하였다.
"날자가는것도 모르고 사냐? 달력 좀봐" 박과장의 말에 좀은 무안하여 얼굴을 붉히려는 옥실이였는데 옆에 앉아있던 찬모가 "오늘 중복이 시작되는 날이네" 라고 한마디하여 다행히 숨돌릴수 있었다.
"저 부장님, 미안합니다. 저 래일부터 나오지 못할것 같습니다" 아저씨가 부장님을 향해 좀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하였다.
"실은 제 몸이 좋지 않아서 아무래도 귀국하여 치료해야 할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아, 그래요? 별수 없지요. 그동안 수고많았어요" 부장님은 아저씨의 검스레한 얼굴을 흘깃 쳐다보면서 너무도 간단히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저씨의 말을 들은 옥실이의 가슴이 이상해났다. 자기도 모르게 아저씨에게 자꾸만 눈길이 가는걸 다른데로 돌리기에 여간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않되였다. 그때 마침 구운 굴비를 담아온 소반에 굴비가 남아있는것이 옥실이의 눈에 들어왔다. 옥실이는 인차 일어나 굴비를 집어 아저씨의 그릇에 담아주면서 말하였다.
“천천히 더 드세요” 옥실이의 뜻밖의 행동에 아저씨는 휘둥그런 눈으로 옥실이를 쳐다보았다.
“고마워요. 저는 많이 먹지 못해요” 아저씨는 역시 짧게 말하고는 옥실이가 집어준 굴비를 그대로 집어서 소반에 놓았다. 그러니 오히려 무안해난것은 옥실이였으며 공연히 화가 올리 치미는걸 겨우 참아냈다.
(쳇, 그래도 생각해서 주니깐...”
밤 열시가 가까워올 때 일을 마친 모두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아저씨는 어느새 문을 나고고있었는데 여럿을 돌아보면서 얼굴에 실웃음을 띄우고 말하였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돈 많이 버세요”
짧은 한마디를 남긴 아저씨는 엘레베트쪽으로 종종 걸음을 옮기는것이였다. 비록 짧은 아저씨의 인사였지만 모두가 반갑게 받아주었다. 모두들속에 끼워 멀어져가는 아저씨의 왜소하면서도 강마른 뒤모습을 바라보는 옥실이의 마음은 무어라 형용하기 어려웠다.
하루 일에 지친 몸뚱이를 끌고 집으로 향하는 옥실이의 마음은 예전같지 않게 삼검불처럼 엉켜지면서 공연히 우울해났다. 옥실이가 자리잡은 집근처의 골목길에 꺾어드는데 멀리서 거쿨진 사내가 절룩거리면서 걷는 뒤모습이 눈에 안겨왔다. 무심중 눈여겨보니 어쩌면 남편같아보여 뒤따라잡으려고 짧은 다리를 부지런히 옮기였다. 거리가 가까워질수 절룩거리는 사람이 남편같아보여 더 조바심이 났지만 소리쳐 불러보기도 그렇고 하여 헐떡거리면서 뒤쫓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사실 옥실이의 남편도 한국에 온지 여러해가 되는데 원래 술을 반기는데다 일하고 돌아오면 고달프다고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매일 참이슬을 두병씩 까더니 얼마전에는 건강에 이상이 생겨서 한동안 일도 못하고 집지킴을 하다 며칠전부터 용역으로부터 일자리를 주선받아 일하기 시작하였는데 용역이라 매일 새벽에 나갔다가 늦어 돌아오기가 일쑤였다. 돌아올 때마다 어디서 저녁을 걸치는지 술내를 풀풀 풍기였으며 잠꼬대처럼 혀꼬부라진 소리로 이놈저놈 돌아가면서 욕해보다가 그자리에 그대로 쓰러져 자군 하였다. 그러는 남편을 볼 때마다 옥실이는 어서 한국생활을 접고 돌아가고싶었지만 아직 커가는 아들놈의 집장만까지 보태려면 더 벌어야 했기에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물앉군 하였다.
잰걸음으로 다가갈수록 남편이 틀림없었다. 거쿨지나 강마른 체구의 남편이였다. 헌데 아침까지 멀쩡하던 남편이 다리를 절룩거리면서 걷는 뒤모습이 좀처럼 믿어지지 않았다.
“여보세요. 당신 왜 이렇게 걸어요?” 남편임을 확신한 옥실이가 다가가서 팔을 부여잡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남편의 겨드랑이에 닿을만한 키였지만 절룩거리는 남편의 팔을 잡아 자신의 어깨에 걸치면서 남편을 올려다보았다. 남편에게서는 또 역겨운 술내와 함께 종일 흘린 땀내까지 합세하여 시큼하면서도 이상한 냄새가 그대로 풍겨나왔다.
“어, 왔어? 나 오늘 재수없이 참 더러워서...”남편은 또 혀꼬부라진 소리로 뜬금없이 욕설을 퍼붓기 시작하였다. 그러구려 옥실이는 힘에 부쳤지만 그런대로 남편을 부축하여 집에 들어섰다. 남편은 집에 들어서자 그대로 쿵 하고 무너지더니 또 혀꼬부라진 소리로 말하기 시작하였다.
“개놈새끼, 교포면서도 교포가 아니라구? 나 원 더러워서 퉤!” 남편은 안방도 일터로 여기는 양 걸직한 가래침을 제딴에는 시원하게 방바닥에 아무런 꺼리낌없이 내뱉는것이였다. 처음이 아닌 경상적으로 있는 일이지만 남편의 행동이 오늘만은 례사롭지 않고 또 절룩거리던 남편의 뒤모습이 생각나 남편의 발을 들고 양말을 벗겨보니 벌겋게 퉁퉁 붓겨있었다.
“여보세요. 무슨 일있었나요?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겠나요?”
“괜찮아, 그놈때문에 나 오늘 재수없이...” 남편은 그때까지도 분을 삭이지 못하고 두덜거리였다.
“천천히 말 좀해봐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옥실이의 다급한 재촉에 남편은 맥없이 점점 흐려져가는 눈으로 옥실이를 보면서 말하였다.
“오늘 일은 아파트공사가 마무리된 현장청소였어. 난 비자루로 청소하는 일을 맡았는데 내가 일을 끝내고 담배쉼이라도 좀 하려면 나보다 열살은 어릴 놈이 반장이랍시고 자꾸 일을 시키는거지. 내가 보기에는 교포가 분명한데 자기는 교포가 아니라면서 꼬박꼬박 반말로 시키잖아. 퇴근전에도 내가 일을 끝내고 옷을 털려는데 각목을 마저 날라라고 하지 않겠나. 그걸 나르다 결국은 발을 다친거야. 하, 고놈 분명히 교포인데... 덜되먹고 못돼 먹은 놈이야! 나 래일가면 가만있지 말아야겠어. 같은 교포끼리 좀 살펴주면 어때서... 나쁜 놈, 더러운! ...” 점점 힘없이 말하던 남편은 말도 채 끝맺지 못하고 그자리에 병든 닭처럼 고개를 탈고 누워서 집이 떠나라 요란하게 코를 곯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남편을 바라보는 옥실이는 무더운 삼복철과는 달리 대소한날에 홑옷바람으로 밖에 나선것마냥 온몸이 덜덜 떨리면서 남편에게 베개를 가져다 주어야 했지만 좀처럼 움직일수가 없었다. 눈앞에는 그냥 오늘 저녁 “사리원소반”에서 인사하고 돌아가던 왜소하면서도 강마르던 아저씨의 뒤모습과 방금전 거쿨진 체격에 절룩거리던 남편의 뒤모습이 클로즈업되여 어른거리면서 귀에서는 웅웅 소리까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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